건설 엔지니어/기획

[Engineer]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원인 (추정)

탈건러 2023. 10. 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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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공식적인 붕괴 원인 관련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공식 보고서 분석 글과 나중에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2022년 1월 11일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서 공사 중이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2단지 201동의 23~38층 중 일부가 붕괴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안타깝지만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왜 붕괴되었을까? 국내 한 대형 건설사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건물 개요

 - 공사명: 광주 화정 현대아이파크
 - 용도: 아파트, 오피스텔 (847세대)
 - 건물 규모: 지하 4층, 지상 39층
 - 구조형식: RC 기둥식 아파트
 

2. 사고 상황

 - 일시: 2022년 1월 11일 15시 46분경
 - 사고 상황: 201동 최상층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중 슬래브 및 외벽 붕괴 (지상 23층 ~ 39층까지 부분 붕괴)

붉은 색 BOX 부분이 붕괴된 201동

 

3. 붕괴 원인 추정

3.1 배경 지식

붕괴 원인을 추정해 보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아파트 단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문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201동 지상 38~39층 부근의 단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38층은 일반 84B Type 세대이고
  - 39층에는 주민공동시설(스카이라운지, 게스트 하우스 등)이 계획되어 있었으며
  - 38층과 39층 사이에는 PIT층*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 PIT층이란 기계 및 상하수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공간. 특히 최상층에 주민공동시설을 계획하는 경우 그 바로 아래 구성한 PIT 층은 최상층 시설의 소음 등이 최상층 아래층의 일반세대로 바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완충공간의 역할을 한다.
 

3.2 붕괴 원인 (추정)

3.2.1 직접적인 원인
  ① 39층 슬래브(두께 350mm) 콘크리트 타설 작업 간 무게가(시공 하중)
  ② 39층 아래 PIT 층 슬래브(두께 250mm)가 받을 수 있는 하중을 넘어서면서
  → PIT 층 슬래브가 붕괴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붕괴된 것으로 보입니다.
 
상세하게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39층 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하중(시공하중)은 1,090 kgf/㎡
 - 콘크리트 자체 무게가 840 kgf/㎡이고 (콘크리트 단위무게 2,400 kgf/㎥ x 슬래브 두께 350mm = 840 kgf/㎡)
 -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는 사람, 장비 등의 무게가 250 kgf/㎡입니다.(KDS 21 50 00 거푸집 및 동바리 설계기준)
 
② 그런데 39층 아래 PIT층 슬래브가 받을 수 있던 여유 하중은 710 kgf/㎡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 39층 아래 PIT층 슬래브가 받을 수 있는 하중(설계하중)은 1,310 kgf/㎡이었고
 - 여기서 PIT층 슬래브 자신의 무게 600 kgf/㎡ (콘크리트 단위무게 2,400 kgf/㎥ x 슬래브 두께 250mm = 600 kgf/㎡)을 빼면 PIT층 슬래브가 버틸 수 있는 여유 하중은 710 kgf/㎡입니다.
 
즉, 39층 슬래브의 콘크리트 타설 하중 (1,310 kgf/㎡) > 39층 아래 PIT층 슬래브 여유하중 (710 kgf/㎡)
39층 아래 PIT층 슬래브가 가진 Capacity를 1로 봤을 때 39층 슬래브 타설 간 39층 아래 PIT층으로 전달되는 하중이 1.53을 넘어서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단, 시공하중이 초과되어도 규정*대로 적어도 PIT층 아래~38층 바닥 슬래브까지 동바리 및 필러서포트를 존치했으면 안전성이 확보되나, 현장에서 기술적 판단의 부족으로 해당 동바리를 제거했던 것이 붕괴 방지를 위한 안전핀을 뽑아 버린 결과가 된 것 같습니다.
*동바리는 시공 하중을 고려해 최소한 하부 2~4개 층을 설치해야 한다.

이런 동바리(지지대)가 있었으면 화를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3.2.2 추가 원인

직접적인 원인 외에도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① 슬래브 콘크리트 강도 발현 문제
날이 추워 콘크리트 양생이 미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슬래브 강도 발현의 부족으로 콘크리트와 철근의 부착력이 상실되어 철근과 콘크리트가 깔끔하게 분리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② 슬래브 두께 박리 발생
슬래브 두께 박리가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슬래브 하측면에 비해 상측면에 동결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4. 사고 방지 대책

4.1 콘크리트 타설 후 강도가 발현되어도 시공하중에 대한 안전성 검토 후 동바리를 제거해야 합니다. 특히 슬래브 두께가 변화하는 구간은 주의해야 합니다.

4.2 동절기 공사 시 콘크리트 강도 발현을 위해서는 타설 후 보양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5. 잡소리

여러 신문, 방송에서 많은 내용이 보도되고 있지만 공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보도입니다.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43160

아파트 세대 간 '가벽' 지탱…"뛰면 출렁이는 느낌" 증언

이 아파트 건물은 모두 철거를 하고 다시 시공을 하는 방안도 검토가 되고 있는데요. 아파트 설계 도면을 들여다보니까 세대와 세대..

news.jtbc.joins.com

 
#1. 세대와 세대 사이를 나눈 건 콘크리트 벽이 아니라 이른바 경량벽, 즉, 가벽이어서 무너졌다?
구조설계 자체가 벽식이 아니라 기둥으로 힘을 전달하는 기둥식 아파트였으므로 세대와 세대를 나눈 것이 콘크리트 벽이 아니고 가벽이라 무너졌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를 확률이 높습니다.
 
#2. 무량판 공법을 써서 무너졌다?
천장 무게를 버티는 보가 없어서 무너진 것이 아닙니다. 무량판 공법이 하루 이틀 된 공법도 아니고 공법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결국 시공 관리가 부족했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PS.
이번 사건으로 나 포함 건축 관련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적폐로 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분명 규정과 절차를 따르지 않은 등의 문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으로부터 출발한 정확하지 않은 많은 기사도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도 반성해야 합니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그마저도 정확히 읽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대충 이해하고 쉽게 욕합니다. 세상 모든 일을 보다 신중하게 바라봐야겠습니다.
 
다음에는 같은 맥락으로 이슈인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진동 이슈"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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